시장에서 소가죽 안에 넣고 꿰맨 시신이 발견된다. 몸엔 죄목처럼 낙인이 찍혀 있다. 이튿날 벌어진 또 다른 엽기적 살인. 긴급 투입된 프로파일러가 단서를 발견한다. 18세기에 행해진 징벌법이 재현되고 있다. 그럼 다음 처형 대상은?
주연: 마우고자타 코주호프스카, 다리아 비다프스카, 카타지나 부야키에비티.
장르: 스릴러, 범죄
영화 특징 : 폭력, 긴장감 넘치는.
영화는 운전석에 앉아있는 여자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여자는 고통받고 있다. 정서적으로도 불안해 보인다. 원인은 여자가 지켜보는 뚱뚱한 남자에게 있는 것 같지만 명확하지 않다. 여자에 대한 것을 뭐 하나 제대로 알 수 없다. 불친절한 영화다. 그리고 갑자기 컷이 바뀌면서 영화는 사건으로 돌입한다.
1분만에 사건으로 ‘돌입’한 덕에 여자의 직업을 알 수 있다. 형사다. 시장에서 사체가 발견됐다. 피해자는 꿰맨 소가죽 안에서 고통스럽게 죽었다. 사건의 시작이다. 이틀 후 다시 시체가 발견되고, 상급기관-한국이라면 광수대나 서울경찰청-에서 파견 나온 프로파일러가 사건의 본질 일부를 꿰뚫는다. 범인은 과거 도시에서 시행됐던 범죄자 처형 방식을 따르고 있다는 것.
폴란드의 브로츠와프가 영화의 배경이다. 제목의 브레슬라우는 브로츠와프의 옛이름을 뜻한다. 브로츠와프가 브레슬라우였던 18세기, 왕은 도시를 정화하기 위해 매일 한 명씩 죄인을 처형했다고 한다. 요일마다 죄목이 달랐고 죄목에 따라 처형방식이 달랐는데 그 방식이 현재의 살해 수법과 일치하고 있다.
그러니까 ‘브레슬라우의 처형’은 일종의 스펙타클을 위한 인용구 같은 것이다. 한때는 (그리고 지금도 이따금) 7대 죄악을 이용했었다. 교만, 분노, 나태 등등. 거기에 어울리는 처벌 방식이 있고, 어쩌고 저쩌고. 이 분야 영화 중 가장 유명한 것이 ‘세븐’ 아닐까. 한국에도 혈의 누가 비슷한 인용방식을 사용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마 이 영화를 만든 사람들은 7대 죄악이 지겹다고 생각해서 더 로컬한 처형 방식을 찾았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브레슬라우의 처형을 알게 돼서 세븐처럼 만들어보려고 했거나. 이 브레슬라우의 처형이 아예 가상의 것인지도 모르겠다. 글쎄. 폴란드 도시를 배경으로 하는 폴란드 영화여서 뭐가 진실인지는 모르겠다.
여튼 소도시 시골 형사와 중앙에서 온 프로파일러 중년 콤비는 꽤 흥미로운 초반을 보여줬다. 추리닝 차림의 뚱뚱한 여자와 반삭머리 마른 여자의 비주얼도 그랬고, 프로파일러가 보기 답지 않게 영특한 모습을 보이며 주도권을 잡는 방식도 흥미로웠다. 하지만 거기까지. 사건이 이어지고 점차 진상이 밝혀지면서 영화는 힘을 잃어간다. 방식이 성급하고 거칠다. 프로파일러 캐릭터의 매력은 극이 진행될수록 사라지고, 주인공의 선택은 이해가 안 된다기 보다 공감이 안 돼서 그냥 그렇구나 하고 말게 된다. 결국에 남는 것은 영화가 사체를 보여주는 잔인한 방식과 아름다운 폴란드 도시의 풍경 뿐이다. 유럽의 조그만 도시 경관을 보고 있으니 정말 가보고 싶더라.
영화 이야기와 별개로, 유럽은 노출에 거리낌이 없는 것 같다. 노출 등을 참으로 무덤덤하게 다룬다. 잔인한 장면도 마찬가지다. 몸뚱이는 몸뚱이일 뿐이라는 태도. 일부러 보여준다기 보다는 그냥 거기 있으니까 화면에 찍히는 거라는 태도. 미국이나 한국이 화면을 다루는 방식과는 확실히 다르다. 문화의 차이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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