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호러'라고 써야 할지 '공포'라고 써야 할지 늘 고민됩니다. 왜 이런 게 고민되는지 모르겠어요.
0-1.
오늘부터 경어체를 써볼까 해요. 스스로 '공개' 글을 쓰고 있다는 느낌이 더 살지 않을까요?
1.
SF 공포 영화 괴물을 봤습니다. 원제는 'The thing' 이고 영문 포스터에도 나와있듯이 괴물이 아니라 외계인(Alien) 인데 왜 한국어 제목은 '괴물'입니다. 영화 속 외계인을 보면 괴물이란 단어가 절로 떠오르기는 하죠. 리메이크된 적이 있는데 리메이크 영화의 한국어 제목은 '더 씽' 입니다. 영어에 익숙한(그리고 영어를 쉽게 번역이 애매했거나 봉준호 감독의 '괴물' 때문이겠죠.
2.
이쯤에서 넷플릭스가 소개하는 줄거리를 옮겨적어볼까요.
남극의 설원, 개를 향해 총을 난사하는 헬기가 미국 기지에 나타났다! 사건 후 헬기의 기지를 찾은 사람들이 마주한 충격과 공포의 현장. 이젠 그 누구도 믿을 수 없다!
두 줄짜리 단순한 줄거리네요. 영화의 내용도 단순합니다. 개를 향해 총을 난사하던 헬기는 남극을 탐사하던 노르웨이인 이었고 개는 사실 괴물(외계인)이었죠. 정확히는 외계인이 개의 몸에 침투해 세포를 하나하나 복제한 후 개의 몸을 빼앗은 것이었습니다. 그 사실을 모르는 미국인들은 개를 죽이려는 노르웨이인을 막아서고, 급기야 미국인에게 총질한 노르웨이인을 쏴 죽입니다. 그리고 개의 모습으로 미국기지에 들어온 외계인은 이번엔 미국인들의 몸을 빼았기 시작하고, 뒤늦게 이를 알게 된 미국인들은 누가 외계인이고 누가 동료인지 모를 상황에서 서로를 의심하며 외계인에게 맞서게 됩니다.
3.
단편 소설을 바탕으로 하는 저예산 바디스내쳐(신체강탈)호러입니다. 공간은 남극기지가 전부이고 등장인물도 기지 사람 몇 명이 다죠. 그럼에도 영화는 꽤 재밌습니다. 스펙타클이 아닌 밀도를 높이는 방식으로도 재밌는 오락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좋은 예입니다. 80년대 특수효과를 보는 재미도 좋습니다. CG가 아닌, 사람이 손으로 직접 빚어서(?) 만든 괴물의 모습은 마치 현대설치미술품 처럼 느껴집니다. 물성과 질감이 살아있어요.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괴물의 디자인입니다. 처음 괴물이 자신의 실체를 드러내는 순간, '기묘한 이야기잖아!!' 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모습이 똑같죠. 그러니까 기묘한 이야기(Stranger Thing)의 괴물은 82년도 존 카펜터의 괴물(The Thing)을 오마쥬 한 것이었습니다. 능력도, 디자인도 같습니다. 그래서 Stranger 'Thing' 이었던 겁니다. 80년대 바디스내쳐 물의 공포가 내 이웃에 잡입한 공산주의자에 대한 공포를 은유한 것이라면 '스트레인져씽-기묘한 이야기'는 대놓고 소련(러시아)의 침략으로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도 재밌는 점입니다.
4.
소설에서 주인공이 보다 지적인 설명을 곁들이며 그에 걸맞는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한다면, 영화에서의 해결책은 화염방사기입니다. 부산행의 김의성이 주인공인 겪인데, 결국엔 김의성 말이 맞는 거죠. 앞서 이야기한 것 처럼 은유로써의 공포로 활용된 '신체강탈공포 스릴러'는 여전히 유효합니다. 코로나 시대, 누가 감염자일지 모르는 상황에서 서로를 의심하고 공격하게 되는 상황과 맞닿는 거죠. 어쩌면 이런 공포는 인간이 존재하는한 영원할지도 모르겠네요. 단지 메타포만 바뀔 뿐이겠죠. SF호러가 잘 맞는다. 유려한 CG와 스펙타클이 아닌 80년대 풍 고딕 호러를 흥미롭게 보고 싶다는 분들께 추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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